작성일 : 13-08-12 11:38
부상하는 中, ·쇠퇴하는 美 사이서 한국은..(2)
 글쓴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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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일본과 북한 문제에서도 한국은 비슷한 접근법을 취해야 할 것 같다.

  케네디: 맞다. 지금은 외교정책의 반작용을 고민할 시점이다. 내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데 잘못되거나 상황을 악화시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모든 카드를 쥐고 있는 유리한 상황이라도 솔즈베리처럼 뒤로 물러서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상대방을 너무 몰아가지 않는 것이다. 내가 예일대 강의에서 자주 드는 사례가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1866년에 내린 결정이다. 비스마르크는 당시 프로이센의 총리였는데 독일 통일을 놓고 프로이센·오스트리아전쟁이 벌어졌다.
프로이센군은 쾨니히그레츠 전투에서 오스트리아군에 압승을 거뒀다. 프로이센군 지휘관들은 그 길로 빈을 점령하자고 했다. 하지만 비스마르크는 “오스트리아인에게 더 이상의 모욕을 주면 안 된다.
미래에 그들이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빈 점령을 막았다. 훗날 프랑스와 전쟁을 하게 될 경우 오스트리아가 적어도 중립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4년 뒤 프로이센은 프랑스와 보불전쟁을 벌였다. 비스마르크는 그때를 내다본 것이다.
비스마르크와 솔즈베리는 소심한 게 아니라 머리가 좋았던 것이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5년 뒤의 미래를 내다보고 판단을 내렸다.

 홍: 인상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힘을 앞세운 외교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케네디: 중국 정부가 점점 더 독단적이고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가 하는 일에 토를 달지 말라는 식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중국을 자극하지 말고 중국의 수천 년 문화를 존중하라는 등의 말을 한다.
그는 저서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 』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키신저는 중국의 미래에서 가장 걱정되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젊은 차세대가 제일 걱정된다”고 답했다.
그들은 가난과 전쟁,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약진정책 등을 겪지 못했다. 그들은 잘난 척하고 오만하며 2030년이면
중국이 세계 1위가 될 거라는 골드먼삭스의 분석을 읽고 자랐다. 이런 오만은 키신저가 상대했던 중국 지도자들의
신중한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앞으로 중국은 더 오만해질 것이고 오해를 더 낳게 될 거라는 게 그의 얘기였다.

홍: 그렇다면 한국의 대중 외교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보나.

 케네디: 중국은 특히 자국의 부상에 대한 반동으로 생기는 견제와 균형에 관한 이야기는 드러내 놓고 싫어한다.
대신 화평굴기(peaceful rise)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런데 인도양에서 호주·인도가 안보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공공연히 밝혀도 중국은 별로 신경을 안 쓴다.
그러면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더 예민하고 소유욕이 강한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서 우리는 대중국 외교정책 및 전략에 대한 두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중국의 인근 국가들은 외교정책에서 신중하면서 동시에 중국의 행동과 중국이 보내는 신호에 대해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키신저는 자신의 저서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에서 영국 외교관 에어 크로의 역사적 일화를 소개했다.
1907년 당시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1901~10 재위)가 독일 전문가였던 크로에게 영국이 대독일정책을 어떻게 취해야 할지를 물었다. 그는 1년간 연구 끝에 제출한 ‘에어 크로 비망록’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주권국가가 자위를 목적으로 군사력을 키우는 데 반대할 수 없다.
하지만 영국도 국익을 지켜야 하니 독일의 그러한 군사력 증강이 독일의 평화적 국력의 자연스러운 결과인지, 아니면 적대적인 태도의 발로인지를 밝히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키신저가 중국에 대한 책을 마무리하면서 이 말을 인용한 건 시사적이다.
미국 및 중국의 이웃 국가들은 중국의 평화적 경제 발전과 그에 상응하는 중국의 부상을 거부할 수 없으나 중국의 행동이 점점 더 변덕스러워지고 적대적이 된다면 대응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는 얘기다.

홍: 20~30년 후 한국의 미래를 조망할 때 남북 통일은 한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달성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그런데 귀하는 “한국이 통일되면 성장이 15~20년간 정체될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최첨단 기술 개발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북한 지역 인프라 재건과 의료체제 구축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통일의 기회가 와도 북한을 어느 정도 재건시킨 뒤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인가.

 케네디: 독일 통일 뒤 2~3년이 지났어도 동독인들은 서독인들에 대해 적대감을 보였다.
반면 통일 후 20년이 지났지만 서독 출신들은 아직도 통일비용이 지출되는 데 불평한다.
서독 인구가 동독 인구보다 세 배 많아도 이 정도였는데, 남북한 간 인구 차이는 두 배이니 한국의 부담은 그만큼 더 클 것이다.

 홍: 통일의 열망은 크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할 여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4강이 남북 분단이라는 현상유지 정책을 고집하는 한 더욱 그럴 것이다.
또 한국의 젊은 세대 중 상당수는 통일에 대해 무관심한 것 같다.
통일비용을 자신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 등이 그 배경이다.
그러나 한국의 기성세대와 정치권은 통일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 통일은 통제할 수 없는 그 무엇, 운명처럼 다가올 수 있는 것 아닌가.

 케네디: 남북 통일은 궁극적으로 온다. 그건 운명이고 숙명이다.
다만 그게 평화롭고 현명하게 이뤄질 수 있느냐다. 한 가지 측면을 보자.
북한 군대는 전적으로 한국과의 전쟁에 대비해 육성돼 왔다.
한국 정치인들이 ‘2015년이나 2020년까지 통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 북한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주변 4강도 다급해질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그러지 말라’는 메시지를 급히 보낼 것이고, 중국의 입장은 난처할 것이다.
중국은 자신들이 침묵하면 ‘중국이 통일을 지지하는구나’라는 메시지를 줄지도 모른다고 고민할 것이다.
북한이 남한으로 급속히 융합돼 중국의 국익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렇다고 ‘남북 통일은 안 된다’고 말하면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인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은 이해할 수 있으나 아직은 ‘침묵이 가장 현명한 정책’이라는 생각이다.

  홍: 한국이 통일로 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북한 핵 문제다.
여기에 관해선 한국 내에서 여야 정당과 좌우파 간에 논란이 있다.
야당과 진보세력은 핵 문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대규모로 지원하자고 하고 여당과 보수진영은 좀 더 신중하자는 입장이다.

  케네디: 북한에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김정은이라는 새 지도자가 등장했다.
우리는 그가 군대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할 것인지 전혀 모른다.
군대가 ‘이제 화해로 나가도 되겠다’고 판단했는지의 여부도 모른다.
그래서 그에게 기회를 주면 어떨까 한다. 김정은이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더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홍: 남북 통일에는 미·중·일·러 등 4강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들 국가의 속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들이 통일에 반대하기 위해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없는가.

 케네디: 남북 통일 과정에서 북한이 뭔가 정신 나간 행동을 해서 독일 통일 때와는 달리 평화적으로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4강은 관측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현상유지(status quo), 남북 분단을 선호한다. 그러나 통일이 전쟁 위험 없이 평화롭게 진행된다면 4강의 의구심은 사라질 것이다.
다만 중국은 민주주의 체제인 통일 한국의 국가적 위상의 고양, 경제성장 등을 의식해 다른 국가들보다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홍: 아태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다툼과 경쟁 관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케네디: 미국에서도 중국에 대한 관점은 매우 다양하다. 보잉사에 중국은 큰 시장이다.
중서부의 제조업체들은 중국을 경쟁 상대로 본다. 그들은 의회가 중국에 대해 보다 단호한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
미군에 중국은 적이다. 지난 15년간 그래 왔다. 군대는 언제나 적을 필요로 한다.
국방 관계자들에게는 국방예산 증액을 위해 중국이 필요한 존재다. 그러나 국무부 관료들은 중국이 미국의 위상을 약화시킨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미·중 교역량이 많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영국과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전 상호 최대 교역국으로 깊은 유대를 맺고 있었지만 전쟁을 벌였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하지만 중국에서 상하이·베이징과 같이 발달한 도시만 둘러보고 깜짝 놀란 미국인들이 중국의 위협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중국이 사실은 자신들의 힘이 약하다고 느낀다는 것도 모른다.
지금까지 미·중 양국은 실제 양국 관계가 악화할 경우 아무런 이득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중 관계의 속내는 복잡다단하고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의 사람들은 윔블던 테니스 경기 관람하듯 미·중 관계를 바라본다는 인상이다. 각 진영을 넘나드는 공의 움직임을 따라가기만 하는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