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8-12 11:36
부상하는 中, ·쇠퇴하는 美 사이서 한국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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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 대담] 폴 케네디 교수-홍석현 회장, 한국의 미래를 논하다

한반도 주변 상황이 심상치 않다. 중국은 부상하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힘을 잃어가고, 일본은 과거사와
영토 문제로 주변 국가들과 갈등한다. 동북아 정세의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가운데 한국은 국민 통합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 시대를 달성하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했다.
통일과 평화도 한반도의 오랜 숙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나아갈 길은 무엇일까.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국제관계와 강대국 흥망성쇠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와 마주 앉아
한국의 미래 전략과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주제로 대담을 했다.

홍석현 회장: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세계에서 유례없이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 냈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 새로운 도전 앞에 섰다. 최근 10년간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귀하는 한국이 2030년께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2050년에는 독일과 일본도 넘어
세계 2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어떻게 그 수준까지 가느냐다. 올 12월 한국의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이 모두
복지포퓰리즘 경쟁에 빠져 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귀하가 이전에 언급했듯이 한 나라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방과 관용,
자유롭고 창의적인 기업 활동이 보장되고 장려된 18세기 네덜란드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폴 케네디 교수: 그렇다. 모든 정당이 포퓰리즘 경쟁을 벌일 때는 진정한 대안과 비전을 내놓기 어렵다.
역사학자의 눈으로 볼 때 정치인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잘못 가운데 하나는 나라의 부를 창조하고 강화하는
정책 대신 분배주의적 정책을 강조하는 것이다.
내가 성장과 관련해 18세기 네덜란드와 영국을 예로 드는 이유는 그 나라들이 기업을 억누르는 대신
간접적인 방법으로 발전을 유도했고 개인기업과 소규모 개인회사들을 새로운 부의 원천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국민의 1%를 99%의 적대세력으로 몰아 공격한다면 중요한 핵심을 놓친다.
성장은 새로운 부를 창조하는 데서만 얻어질 수 있다. 평등주의를 추구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분배에 치우친 포퓰리즘적 구호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부를 창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아
국민에게 더 큰 형평성을 가져다주는 길을 찾아야 한다.
성장과 평등 사이의 딜레마는 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홍: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은 한국의 절대적인 후원자였다. 그런데 중국이 부상해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과 중국의 무역량은 한국과 일본, 한국과 미국과의 무역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한국이 이제 중국을 더욱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다는 주장이 많다. 미국의 우위가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의 부상이 이슈로 떠올랐다. 한국의 일부 세력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똑같은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갈 길은 어디라고 생각하나.

 케네디: 중국이 부상하고 미국이 경제·군사·기술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 국력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 경제력의 상대적 성장은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흐름이다.
물론 한국은 중국을 점점 더 중요하게 다루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정책·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생각은 성급하다. 지금 우리는 중국의 힘에 필요 이상으로
비중을 두면서 중국의 약점을 놓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잠재적인 강점은 인식하지 못한 채 미국의
약점만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 한국은 중국에 대해 관망(wait and see)의 자세를 갖는 게 좋을 것이다.
태평양 지역 주둔 미군 철수 요구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고장이 나지 않는 한 굳이 고치려고 하지 말라’는
영국 속담이 떠오른다. 한·중, 한·미 관계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게 없는데 극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경계해야 한다.

 홍: 한국은 2000년 동안 중국·일본과 이웃으로 살아오면서 두 나라를 다른 나라들보다 더 잘 안다고 느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발생한 상황들, 예를 들어 독도 및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를 중국과
일본 측이 다루는 모습은 상당히 놀랍다.

 케네디:역사학자의 객관적인 눈으로 볼 때 각국 정부와 국민이 영토 문제보다 더 큰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이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 놀랍다.
중국의 경우 일당체제 및 신비주의적 리더십에 따른 문제와 환경오염,
경제성장 둔화 같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니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이 문제가 아니라 ‘더 큰 고기’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홍: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케네디:영국의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솔즈베리 경(1830~1903)이 있다. 총리 3번, 외무장관 4번을 지낸 인물이다.
그가 활약한 1890년대는 미국·일본·독일이 부상하던 때로 영국 정계에서 극적인 대응책을 취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다. 그러나 솔즈베리는 침착한 외교를 주문했다.
의원들이 ‘당신이 생각하는 외교가 무엇이냐’고 질책하자 그는 이렇게 응수했다. “작은 보트를 타고 하류로 천천히 떠내려갈 때는 흘러가는 대로 맡겨 두고 가끔 장대를 이용해 충돌이나 차단하는 게 최선이다.
” 의원들은 그 비유를 조롱했지만 솔즈베리의 말이 맞다. 대여섯 가지 도전과제를 한꺼번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이 발생한다면 입을 닫고 묵묵히 노를 저어야 한다. 노를 너무 빨리 저어도 안 되고,
주변 상황을 살펴가면서 관망을 해야 한다.
정치지도자와 일부 언론은 나중 일을 생각하지 않고 빠른 길만 가려는 경향이 너무 자주 보인다. (계속)

*◆ 폴 케네디(1945~ )
영국 출신의 역사학자다. 국제관계와 강대국의 세계전략 등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존경받는다.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83년 미국 예일대 교수를 맡았다. 87년 경제력과 군사력이 1500년 이래 글로벌 강대국들의 부상·몰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내용의 저서 『강대국의 흥망』으로 이름을 날렸다.
과도한 군비 지출이 경제에 부담을 줘서 결국 장기간에 걸친 쇠퇴를 부른다는 주장은 전 세계에서 반향을 불렀다.
이 책이 나온 지 불과 몇 년 뒤 소련이 과도한 군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몰락하면서 통찰력과 예지력을 더욱 인정받았다.
강대국의 군사력은 결국 경제력이 떠받치며 경제력이 약해지면 군비 지출을 줄이고 외교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전 세계적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가의 성장과 몰락요인 그리고 외교와 군사 역사에서 명망이 있다.
특히 최근의 국제사회 세력 균형과 아시아의 부상을 읽어 내는 혜안으로 유명하다.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저서로도 화제가 됐으며 현재 『제2차 세계대전』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