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2-05 17:46
태극기 집회에서..
 글쓴이 : …
조회 : 184  


잿빛 구름이 잔뜩 내려앉은
스산한 겨울, 토요일 오후..
오늘도 나는 서울 태극기 집회에 나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신분당선 노약자석에 웅크리고 앉아
쪽잠을 즐기다,
아뿔사!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쳐 버렸다.
반대편으로 가서 다시 지하철을 바꿔 타고
노선을 두 번이나 갈아 타면서
서둘러서 도착해 보니
그래도 아직 늦지는 않은 14시 정각..

광장은 이미 태극기 물결과 열기로 가득 찼다.
반가운 얼굴들과 대충 인사를 나누고,
얼른 주위를 살펴 보았다.

오늘 나는 여기서 대전에 사는 내 동서와
그의 제자들을 만나기로 사전 약속이 되어 있었다.

내 동서는 대전에서 모 고등학교 영어선생을 하다가
몇 년 전에 정년 퇴직한 이후 현재는 백수 신세다.

그런데 지난 번 구정 설날에 뜻밖에도 이 친구로 전화를 받았다.
무슨 말 끝에,
자기는 제자들이 많아서 이래 저래 도움되는 일이 많다고 하길래,
그럼 제자들에게 무슨 청탁같은 것 하느냐 고
마뜩찮은 소리를 했더니 그게 아니라 어쩌고 저쩌고 하길래
그럼 이번 토요일에 제자들 데리고
서울 태극기 집회하는데 함 나타나 보아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겠노라고 쉽게 약속을해서
속는 셈 치고 한 번 기다려 보기로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도대체 코빼기도 안보인다.
시간과 장소(지하철 노선 및 출구)를 몇 번이나 거듭 주지시켜
주었는데도 영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쉽게 성사된 것이 아무래도 미심쩍은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5시가 가까이 되어서야 비로소 나타났다.

전화를 통 받지를 않더라고 하면서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는데
화가 좀 났기는 했지만 어쨋든 모두가 별탈없이 이렇게 나타나 준 것 만도
고마워서 그냥 참기로 마음먹었다.

이들은 끝없는 태극기 물결을 보며서 놀라고 신기해 하면서
대전에서도 매주 태극기 집회가 있어 자기들도 몇 번이나 나가 봤지만
지금까지 천 여명 이상을 넘을 때가 없었다고 한다.

어쨋든 나는 결국 행진 대열에 참가하지 못한채
할 수없이 이들을 데리고 저녁이나 먹여 내려 보내려고
음식점으로 데리고 갔다.

그래도 동서 체면 좀 세워 줄려니 시시한 메뉴는 좀 그렇고 해서
을지로 입구에 제법 근사한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서둘러 저녁식사를 끝내고 계산서를 보니, 아이고 맙소사..!

이 동서 넘, 남 속도 모르고 히죽 히죽 웃으면서 하는 말..
"형님, 오늘 미안했시유..다음은 내가 한 턱 쏠테니
대전 한 번 내려오시유.."

이 판국에 내가 밥한끼 얻어 먹을라고 대전까지 내려가..?!
참으로 한가한 소리 하고 xx졌네, 에라이~ 이 .... . !

돌아오는 길..
지난 연말 걸린 동상 땜에 의사가 당분간 바깥 출입을 삼가라고 했는데..
오늘 영상의 기온 이긴 했지만
저녁시간에는 체감 온도가 제법 쌀쌀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찬 공기에 몇 시간 동안 서 있어서 그랬는지
언 발가락과 발목이 쑤씨고 아린다.

젠~장..
아무래도 의사 말이 맞는가 보다.
도질라나?..

오늘은 이래 저래 일진이 별로다
낮게 드리운 잿빛 구름처럼
내 마음 또한 우중충하기만 하다...
[이 게시물은 …님에 의해 2017-06-10 11:06:35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