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9-22 19:00
어느 노 부부
 글쓴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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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조그마한 만두 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손님 중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면
어김없이 우리 만두 가게에 나타나는 겁니다.
대게는 할아버지가 먼저 와서 기다리지만 비가 온다거나
눈이 온다거나 날씨가 궂은 날이면 할머니가 먼저 와서
구석 자리에 앉아 근심어린 눈으로 출입문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할아버지를 기다리곤 한다.

두 노인은 별말없이 서로를 마주 보다가 생각난 듯
상대방에게 황급히 만두를 권하다가 눈이 마주치면
슬픈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대체 저 두 분은 어떤 사이일까?"

나는 만두를 빚고 있는 아내에게 속삭였다.

"글쎄요,부부 아닐까? 부부가 뭐 때문에 변두리
만두 가게에서 몰래 만나요?"

"허긴 부부라면 저렇게 애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진
않겠지, 부부같진 않아, 혹시 첫사랑이 아닐까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서로 열렬히 사랑했는데 주위의 반대에 부딪혀
본의 아니게 헤어졌다. 그런데 몇 십 년 만에 우현히 만났다.
서로에 게 가는 마음은 옛날 그대로인데 서로 가정이 있으니
어쩌겠는가."

"그래서 이런 식으로 재회를 한단 말이지?" "아주 소설을써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아내의 상상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따뜻한 눈빛이
두 노인이 아주 특별한 관계라는 걸 말하는 것 같았다.

"근데,저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거 아니에요?
안색이 지난 번 보다 아주 못하신데요?"

아내 역시 두 노인한테 쏠리는 관심이 어쩔 수 없는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러고 보니까 오늘 따라
할머니는 눈물을 자주 닦으며 어깨를 들먹거렸다.
두 노인은 만두를 그대로 놓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아버지는 돈을 지불하고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고 나갔다.

나는 두 노인이 거리 모퉁이를 돌아갈 때 까지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곧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걷는 할머니를 어미 닭이
병아리 감싸 듯 감싸 안고 가는 할아버지, 두 노인의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대체 어떤 관계일까?
아내 말대로 첫사랑일까?
사람은 늙어도 사랑은 늙지 않는 법이니까, 그럴 수도있겠지..

"어머'비가 오네, 여보,빨리 솥뚜껑 닫아요!"

그러나 나는 솥뚜껑 닫을 생각보다는 두 노인의 걱정이 앞섰다.
우산도 없을 텐데...다음 주 수요일에 오면 내가 먼저 말을 붙여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음 주도 그 다음 주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우리 만두 가게에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엔 몹씨 궁금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 노인에 대한 생각이
묵은 사진첩에 낡은 사진처럼 빛바래기 시작했다.
그게 사람인가 보다.자기와 관계없는 일은 금방 잊게 마련인가 본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난 어느 수요일 날, 정확히 3시에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좀 마르고 초췌해 보였지만 틀림없이 그 할아버지였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조금 웃어보였다.

"할머니도 곧 오시겠지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못,와 하늘나라에 갔어!"

나와 아내는 들고 있던 만두 접시를 떨어뜨릴 만큼 놀랬다.
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우리 부부는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너무 기가 막혀서, 너무 안타 까워서,..
두 분은 부부인데 할아버지는 수원의 큰 아들 집에, 할머니는 목동의
작은 아들 집에 사셨단다.

"두 분이 싸우셨나요?" 할아버지께 물어 보았다.

그게 아니라 며느리들끼리 싸웠단다. 큰 며느리가
 "다 같은 며느리인데 나만 부모를 모실 수가 없다."고 강경하게
나오는 바람에 공평하게 양쪽 집에서 할아버지,할머니를 한 분씩
모시기로 했단다.그래서 두 분은 일주일에 한 번씩 견우와 직녀처럼
서로 만난 거란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먼저 돌아 가셨다는 것이다.

"이제 나만 죽으면 돼" 우리는 또 다시 천국에선 같이 살수 있겠지...

할아버지는 중얼거리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할아버지 뺨에는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