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9-23 16:47
꽁트 / "애고 웬수야"
 글쓴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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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고 웬수야"


오늘도 안 들어 오려나 보다.어제도 새벽 한시가 지나서야 제 몸을 추스리지도 못한채 썩은 홍시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그래도 용케 집이랍시고 찾아 기어들어 오더니. 웬수도 큰 웬수다. 前生에 원수 진일이 있으면 夫婦로 맺어진다더니 우리는 前生에 무슨 원수진 일이 있어 夫婦로 맺어졌을까.

결혼 전에 "나는 술을 사랑해"했을 때 벌써 싹을 알아봐야 했는데 "男子는 술을 좀 해야" 하고 시건방진 생각을 했던 게 오늘을 만들었으니 뉘를 탓하고 뉘를 원망하랴. 그래도 얼마 전만 하더라도 술이 아무리 취해도 꼬박꼬박 집에는 찾아 들어오더니 어느 때 부턴가 밖에서 자고 들어오는 일이 茶飯事라. 그 것도 다 내 탓이다. 늦게 들어오는 버릇 좀 고쳐 보겠다고 요새 세상이 하도 뒤숭숭해서 醉客을 相對한 强盜가 날뛴다는 新聞記事를 눈앞에 들이대고 술 취해 늦게 들어오느니 차라리 자고 들어오라고 쐐기를 박을 셈으로 종 주먹을 대었더니 이건 한술 더 떠서 그때부터 심심하면 外泊이다.

차라리 통행금지가 있었을 땐 열두 시만 지나면 포기하고 잠이라도 자련만은 이건 새벽까지 安心하고 잠도 잘 수 없으니 사람 참 환장할 일이다. 친구사이에 너나하다가 어찌어찌 내 눈이 멀어 서방 각시 되었더니 이젠 숫제 시골에서 올라온 四寸兄嫂가 될 지경이다. 저는 목댕기 매고 폼재고 다닐 때 나는 개숫물에 손 담그고 애들 고등학교까지 보내고 나니 내가 스스로 거울 보고 생각하더라도 지가 弄談삼아 말한 대로 시골에서 올라온 四寸兄嫂 처지 밖에는 어찌할 수 없게 되었다.

애들 도시락을 챙겨 학교를 보내고 나서 제대로 못 잔 잠이라도 보충해볼 요량으로 자리에 누워 나른하게 잠 속으로 빠져들려는 순간, 전화벨소리가 요란하다. " 金 공치氏 宅이죠. XX病院 응급실에 계십니다." 숨가쁘게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진 전화기를 한참이나 멍청히 들고 있다가 문득 제 정신이 들어 허겁지겁 집을 나선다. 이럴 때는 택시도 잡기 어렵다. 거의 울음 섞인 목소리로 XX病院을 외쳐 합승을 시도했지만 그것마저 如意롭지 않다.빌어먹을!

어찌 어찌해 택시를 타고 앉으니 괜히 불사스러운 생각이 난다. 죽음, 찌그러진 肉身,어젯밤에 퍼부어 댄 욕설이 가슴을 친다. 웬수, 웬수. 그리고 웬일인지 애들 얼굴이 떠오른다. 안돼, 죽어서는 안돼, 不具가 되더라도 살아야만 돼, 왜 이렇게 信號燈은 많은지, 그리고 쓸데없는 차들은 많은지. 벌떡거리는 가슴은 터질 것만 같은데,
" 그런 분 안 오셨는데요"
"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우리 病院에 應急患者는 없었습니다."
틀림없이 XX病院인데 내가 경황없어 잘못 들었나,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허겁지겁 공치氏의 會社로 전화를 걸었다.
" 예 公共事業部 金課長입니다. "
귀청을 울리는 느물거리는 목소리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 여보, 당신이구려, 오늘은 罰金가지고 일찍 갈께"

追記
집에 돌아온 주기자 女史는 도둑님이 다녀가신 현장을 보고
"아이고 이 웬수야"
누구에겐지 악담을 퍼부으면서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