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1-26 13:07
동창모임
 글쓴이 : …
조회 : 576  

    마누라가 여고 동창 모임에서 '광천'엘 간다고 새벽부터 설쳐대기 시작했다.
    내가 어제 저녁부터, 내일 아침 늦지 않도록 자기 전에 챙길것 미리 다 챙겨놔라고
    몇번이나 잔소리아닌 잔소리를 했었는데 도대체 무얼했는지 벌써 한식경이나 꾸물거리고 있다.
    이러다간 또 마을 뻐스 놓치고 나더러 지하절역 까지 태워달라고 할판이다..

    몰래 실눈을 뜨고 시계를 봤더니 마을앞 정류소에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 거의 다됐다..
    속으로 몇번이나 혀를 끌끌차면서 자는척 하고 있었는데,
    마누라도 아무래도 버스를 제시간에 타기가 어려울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인지
    지하철역 까지 차를 좀 태워줬으면 하는 기척을 보인다.
    나는 이불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채 자는 척 했다.
    잠시 동안 그러고 있는데 드듸어 현관문 여닫는 소리가 났다.
    그제사 나는 벌떡 일어나 정확한 시간을 보았다.
    아뿔사! 버스 도착시간이 이미 5분이나 지나 있었다.
    레파토리가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혹시나 했었는데 역시나 였다.

    또 할 수 없어, "내가 차를 가지고 나갈테니 지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라
    .."고 일러주려고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받지를 않는다.
    마누라는 평소 자기 핸드폰을 참으로 편리하게(?)쓴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할 때에만 핸드폰을 쓰지
    상대방으로 부터 걸려오는 전화는 도통 받지를 않는다.
    가방 깊숙히 넣어두고서는 신호를 받을 생각을 안하거나 아예 넣어가지를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방바닥에 놓여 있는 충전기를 보니
    마누라 핸드폰이 얌전히 제자리에 꽂혀있다.
    나는 다시 한번 혀를차면서 하는 수 없이 옷을 주섬 주섬 주서입고
    밖으로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마을 앞 버스 정류소에 도착해 보니..
    어~라! 마누라가 오간데 없이 보이질 않는다.
    하도 이상해서 정류소 앞 빵가게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오늘은 버스가 5분 정도 늦게 도착했었단다.
    세상 참..나는 할 말을 잃고 집으로 되돌아왔다.

    거실 소파에 누운채 비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종일을 보냈다.
    사위가 어둑 어둑해 지고 있는데 이윽고 현관 쪽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무슨 종이 가방인지 양손 가득 들고 낑낑거리면서 들어와서는
    곧 바로 주방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자 마자 아이고 다리야 하면서
    주방 바닥에 그대로 펄석하고 주저 앉아 버린다.
    늦어서 미안했는지 내가 좋아하는 명란젖하고 광천 김을 사왔다고 하면서
    식탁위에 올려놓고서는, 젓갈을 샀더니 서비스로 주더라고 하면서
    어른 손바닥 보다 더 큰 누룽지를 꺼내 들고
    귀퉁이 한 곳을 성큼 입으로 깨부수고서는 어기적 거리면서 씹어먹는다.

    저녁을 대충 떼우고는 서재로 건느가 버렸는데 뒤 따라 나온 마누라,
    소파에 앉질 않고 마루바닥에 두다리를 벌린채로 퍼질고 앉아서
    또 그 누룽지를 튼튼한 아금니로 바셔대고 있다.
    그 모양새가 꼭 내가 가장 싫어하는 아줌마 폼세다.

    밉상이 그런 밉상이 없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렇게 조신하고 부끄럼 잘 타던 새색시가
    어떻게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니
    갑자기 측은하고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지금 부터라도 좀 더 따뜻하게 대하여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진 것 없으니 사랑이라도 말이다.........................

    (10여년 전에 있었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