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오늘도 길을 걷는다.
말없이 뚜벅 뚜벅 길을 걷는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구름을 본다.
바람이 전해 주는 얘기를 듣는다.
그 얘기에 묻어나는 냄새를 맡는다.
사랑하는 이의 체취가 바람결에 일렁인다.
풀 벌레 소리와 새 소리와 살랑거리는 잎새 소리가 인다.
발에 밟혀 사각거리는 모래와 흙 먼지가 잠에서 깨어난다.
늘 다니던 고갯 길 한 켠에,
올해도 어김없이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나를 반긴다.
산등성이를 스쳐간 뭇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들려준다.
나는 소리 없는 대화로 그 속삭임과 소통한다.
나는 말 없이 말을 한다.
소리 내어 말을 하면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느끼지도 못한다.
그래서 나는 침묵하면서 말하는 법을 배운다.
침묵이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의 모든 대상과 대화할 수 있는
가장 깊은 말이라는 사실을 알아간다.
아득하게 멀리서 바람이 불어 온다.
바람이 전해 주는 얘기를 들으며,
바람에 실려오는 냄새를 맡는다
그 냄새가 내 가슴 속에서 한 형상이 되어 새록 떠오른다.
나는 오늘도 길을 걷는다.
말없이 뚜벅 뚜벅 길을 걷는다..............
<2015년 어느 호젓한 산등성이 길을 걸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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