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1-29 10:56
길 위에서
 글쓴이 : …
조회 : 260  



    • 나는 오늘도 길을 걷는다.
      말없이 뚜벅 뚜벅 걷는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구름을 본다.
      바람이 전해 주는 얘기를 듣는다.
      그 얘기에 묻어나는 냄새를 맡는다.
      사랑하는 이의 체취가 바람결에 일렁인다.
      풀 벌레 소리와 새 소리와 살랑거리는 잎새 소리가 인다.

      발에 밟혀 사각거리는 모래와 흙 먼지가 잠에서 깨어난다.
      나는 소리 없는 대화로 그 속삭임과 소통한다.
      나는 말 없이 말을 한다.
      소리 내어 말을 하면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느끼지도 못한다.
      그래서 나는 침묵하면서 말하는 법을 배운다.
      침묵이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의 모든 대상과 대화할 수 있는
      가장 깊은 말이라는 사실을 알아간다.

      아득하게 멀리서 바람이 불어 온다.
      새삼 바람에 실려오는 냄새를 맡는다.
      그 냄새가 내 가슴 속에서 한 형상이 되어 새록 떠오른다.
      나는 오늘도 길을 걷는다.
      말없이 뚜벅 뚜벅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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